[서점에서 만난 사람] ☆ 별의 별 이야기 - 천문학자 이명현

 

 

 

 | 컨텐츠팀 에디터 정혜원


 

천문학자를 만난다고 했더니 모두들 걱정했습니다. 어떻게 잘 말할 수 있겠니, 하는 눈빛으로요. 저도 무척 의외였습니다. 우주가 재미있어졌거든요. 이렇게 말 해보면 어떨까요? 천문학자는 맞는데, 이명현은 문학에 관심이 많은 천문학자입니다. 《이명현의 별 헤는 밤》에는 별만 많은 것이 아니라 헤아리고 싶은 시(詩)도 많습니다. 무더운 여름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 별 하나에 시와 그리고 여기서 천문학자 이명현이 말하는 별의별 이야기를 헤아려 보는 것은 어떨지요. 열대야에는 달빛만이 시원합니다. 달빛을 쐬며, 시원하게 달 샤워를 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photo / goro

 

 

저도 선생님과 같은 쌍둥이자리예요.

 

아, 그런가요? 반갑습니다.

 

쌍둥이자리의 사람들은 태양이 쌍둥이자리에 없을 때 태어났다는 사실을 책에서 알았어요.

 

그런 별자리가 되게 많아요. 하늘은 우리 뜻대로 만들어진 게 아니잖아요. 거기에 규율을 만들어 대입시키니까 원하는 대로 안 되죠. 그러니까 그럴 수밖에 없고.

 

선생님도 별자리 운세를 보세요?

 

저는 보지 않는데, 학교 다닐 때 천문학 공부한다 그러면……. 질문은 엄청나게 받죠. 사람들이 제일 많이 물어보는 게 별자리, 별자리 운세, 날씨.

 

잘 얘기해 주셨어요?

 

사실 천문학자들은 그런 걸 전혀 몰라요. 그래서 날씨를 물어보면, 설명부터 해줘요. 그거는 기상학이고, 천문학은 별이야. 그리고 별자리 물어보면, 그건 아마추어들이 하는 거고, 우린 이렇게 하고, 운세도 아니, 그건 점성술사가 하는 거고……. 이런 식으로. 대학원 졸업할 무렵부턴가. 질문을 하도 많이 받으니까 뭘 구태여 또 그걸 그렇게 할까,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결국, 그런 걸 통해서 교류하는 건데. 근데 별로 아는 건 없어요. 그래서 날씨도 제멋대로 얘기해요. 다행히도 1학년 때 기상학 과목이라는 걸 1년 동안 배워요. 얼추 해보면, 구름 만들어지는 원리도 알고, 바람이 어떻게 불지 대충 아니까……. 점성술도 전혀 모르지만, 대충 어떤 게 있다는 건 알죠. 날짜 구분해서 탄생 별자리랑 진짜 별자리랑 안 맞는 것도 1학년 때 알고요. 그런 거 갖고 이 사람 대충 보고 말을 만들어요. 하하 그럼 막 용하다 그러고.

 

하하하

 

그렇게 하고 나중에 분위기 좋아지면 그냥 대충 했다고 고백하죠. 

 

무슨 별자리를 가장 좋아하세요?

 

돌고래 자리라는 게 있어요. 저뿐 아니라 아마추어 천문학 하는 사람들이 제일 좋아하는 별자리일 거예요. 은하수가 흐르고 견우랑 직녀가 흩어져 있으면, 요 은하수 바로 바깥에 별이 하나 둘 셋 넷 한 여섯 개쯤 이렇게 로우(ρ) 표시처럼 돼 있어요. 마치 돌고래가 뛰어드는 것처럼요. 이게 되게 어두운 별이라 서울에서는 거의 안 보이고요, 어쩌다 한 개 보여도 이게 돌고래자리인지 모르죠. 파주나 저쪽 강원도 어두운 데 가면 이게 잘 보이거든요? 이게 예쁘기도 되게 예뻐요. 나라마다 여러 전설이 있는데, 보편적인 전설이 사랑의 메신저예요.

 

돌고래가요?

 

네. 사랑에 빠진 두 남녀가 난관에 닥쳤을 때 돌고래가 사이를 막 왔다 갔다 하면서 소식을 전해준다는 전설이 많아요. 그래서 돌고래자리는 프러포즈 할 때 많이 써먹어요. 전설에 자기 얘기 보태서 하고. 보여주려면 같이 어두운 데로 가야 하고…….

 

와, 경험담이에요?

 

저는 직접 써먹어 본 적이 없어요. 한 번도……. 시도는 했는데, 날씨가 흐렸어요. 계속 보고 있으면 되게 아스라하게 예쁘기도 해서 혼자 가서 본 적은 있는데, 얘기해 주려고 가서는 성공하지 못했어요.

 

돌고래자리는 처음에 어떻게 알게 되셨어요?

 

초등학교 때 아마추어 천문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어요. 과학 잡지 같은 데서 보고 하나하나 알게 되다가 초등학교 5학년 때 동아리에 가입했어요. 동아리 가입할 무렵에는 별자리 다 외웠죠. 다 찾아보고 책에서 본 거 밤마다 맞춰 보고. 그때는 제가 김포공항 가는 변두리에 살았는데, 서울에서 돌고래자리도 보였어요. 은하수도 다 보고. 봄철만 되면 보이는 왕관자리라고 있어요. 그것도 돌고래자리처럼 어두워요. 그런 것도 눈에 잘 보이고. 그 무렵에 다 알았죠.

 

스티븐 호킹이 어렸을 때 부모님 몰래 샀던 전기 열차세트가 그의 인생 첫 번째이자 가장 중요한 변곡점이 되었다면, 선생님의 1차 변곡점은 언제가 될까요?

 

딱 그 무렵인데요, 초등학교 1학년 입학하기 전에 아폴로 11호가 달에 내렸거든요? 사실 그 무렵에 달을 알기 전에 금성을 먼저 봤어요. 동네에서 애들하고 놀다 보면, 혼자 맨 끝에 남아요. 끝에 남는 그룹이에요. 거의 어두워질 때 하늘을 보면 서쪽에 별이 떠 있는데, 그게 뭔지 모르다가 나중에 2, 3학년 돼서 알게 됐어요. 맨날 보면서 뭔지도 모르지만, 밝게 빛난다, 이런 막연한 느낌이 있었어요. 그 무렵에 아폴로 11호가 내린 거예요. 그때부터 달에 관심을 갖고. 저기 달에는 누가 우리를 보고 있겠나? 이런 생각도 들고. 생각해 보면, 그때가 진짜 큰 변곡점이었어요.

 

꿈에서도 별이 많이 나오나요?

 

어릴 때는 그럴 때가 있었죠. 아마 기억이 왜곡된 걸 수도 있어요. 그때 기억이 강하게 남아 있으니까. 별도 그렇기도 하지만, 천문대.

 

천문대에 가는 꿈이요?

 

네. 갔던 곳이나 가보지 못했는데, 맨날 가고 싶었던 천문대들 있잖아요. 그런 데가 나타나기도 하고.

 

이 책에서도 로스앤젤레스의 그리피스 천문대처럼 서울에도 시민천문대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하셨는데, 서울에 생긴다면 어디가 좋을까요?

 

서울에도 몇 군데가 있는데, 대부분 교육 목적으로 만들어졌어요. 마음 편하게 가서 차 한잔 마시고 올 수 있는 곳이 아니잖아요. 그런 곳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되는데, 개인적인 욕심은 남산 타워 있는 데 하면 좋겠어요. 게다가 서울은 낮은 산이 여기저기 있잖아요. 그러니까 사실 천문대가 있을 만한 곳은 꽤 있죠. 올림픽 공원 있는 쪽, 아차산. 그런 데 있으면 되게 좋을 것 같아요.

 

 

"천문대는 별만 보는 곳이 아니랍니다. 절망한 사람들의 마음을 잠시 잡아두는 곳이기도 하답니다." 천문대 앞에 이런 문구를 새겨 두면 어떨까 그런 상상을 해봤다. (134쪽, '천문대')

 

영화 < HER > 보셨어요?

 

보진 못했는데, 얘기를 하도 많이 들었어요

 

인공지능형 운영체제인 OS와 인간의 사랑이야기인데, 어느 날, 스칼렛 요한슨 목소리를 가진 OS가 이런 말을 해요. 우리는 우주라는 한이불을 덮고 있는 물질이라고. 서로 다른 걸 얘기하기 전에 같은 걸 얘기해 보자 그래요.

 

좋다. 천문학자들은 ‘별 먼지’라는 말을 많이 써요. 화학적으로 다 연결된 물질이라는 얘기 많이 하거든요. 그런 유대감을 갖는 게 되게 중요한 것 같아요. 그러면 적대감을 갖기 보다 다른 사람에 대해서 관심과 연민을 갖게 되고, 배려를 하게 되니까.

 

칼 세이건이 인간은 ‘생각하는 별 먼지’라고 했는데, 하필 찌꺼기예요. 먼지. 선생님은 우주 공부를 하시면서 인간이 별 먼지라고 인식했을 때 허무하지 않았나요?

 

그렇죠. 우주가 시간도 길고 공간도 큰데, 우주에서 찍은 지구 사진 같은 거 보면, 점 하나잖아요. 그 속에 우리가 다 들어있는 거고. 그런 거 보면, 엄청나게 경이로우면서도 허무함이 같이 오죠. 근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우리는 별이 일생을 사면서 만들어진 원소들로 이루어져 있는 거고. 이런 거 생각하면, 굉장히 허무할 것 같지만, 또 한편으로는 옛날에 만들어진 게 지금까지 이렇게 끊이지 않고 이어 와서 우연의 산물로 기적처럼 만들어진 사람끼리 만나고. 그러니까 우리는 우주의 전체 역할을 머금고 있는 존재이기도 하니까. 슬프면서도 아련히 기쁜 느낌? < 로미오와 줄리엣 >에 나오나, sweet sorrow라는 말 있잖아요. 스윗소로우라는 그룹도 있고. 스윗하면서 소로우 한 거죠. 달콤하면서도 슬픈. 그런 느낌인 것 같아요. 아주 허무하면서도 한편으로 기쁘고.

 

이별을 인정하는군요.

 

그 부분이 과학이 종교랑 나뉘는 것 같아요. 종교는 절대적인 존재나 영혼이 사는 영생을 상정하잖아요. 그래서 거기에 의지하고. 그런데 과학자들의 작업은 유한한 걸 인정하는 거예요. 사라질 존재라는 것을. 그러면 영생을 얻는 게 아니라 사라져 버리는 거니까 허무하죠. 허무하지만, 이 순간이 있기 위해 수많은 우연이 겹쳤으니까 이 순간이 얼마나 소중하고 찬란한지, 그러니까 이 순간을 보람 있고 즐겁게 살아야 되겠다, 이렇게 생각하게 돼요.

 

그런데 옛날에 만들어진 우연이 지금까지 이어졌다 하더라도, 내가 겪어보지 않은 과거를 좋아하긴 힘들 것 같아요.

 

사실 천문학에서 다루는 별빛은 백억 년 전 과거에 있어요. 스케일도 항상 크고 긴 시간을 다루잖아요. 그러면 일상의 것들이 하찮아지거나 그럴 수도 있는데, 역으로 이게 당장 내일이 끝일 수도 있는 거예요. 그런 맥락에서 이제 우리는 모든 우연들이 잘 겹쳐서 지금 이 순간에 탁 만난 거잖아요? 그러니까 이게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죠. 계속되는 우연의 산물들이니까. 그러면 끝을 보는 거예요.

 

과거가 아니라 나중을 생각하시는군요.

 

네. 죽음이라는 끝을 먼저 상정하고, 거기서부터 거꾸로 이 생활을 보는 습관이 길러지는 것 같아요. 그러면 이 끝이라는 게 내일이 될 수도 있고, 10년 후가 될 수도 있잖아요. 항상 그 끝을 봐야죠. 그러니까 매 순간이 나에게는 마지막 순간이더라고요. 그렇게 되니까 일상생활이 가치 없어지고 이런 것이 아니라 오히려 너무너무 절실한 순간이 되는 거죠.

 

우주를 바라보면, 끝과 시작이 다 막연하게 느껴져요.

 

뭐 요즘에는 말로 표현하지만, 막연한 느낌으로 있는 거죠. 그런 식의 생활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 스파이크 존즈(Spike Jonze) 감독의 영화 《Her》, 2013

 

 

책에서 우주의 70%를 구성한다는 암흑에너지의 존재에 대해 알았어요.

 

암흑에너지가 되게 많다고 생각하고 있죠.

 

그렇지만 암흑에너지를 알기 전까지 집중적으로 연구했던 건 나머지 30%잖아요.

 

네. 우주가 있는데, 옛날엔 눈에 보이는 물질들이 전부 다라고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연구를 해보니까 그거 갖고는 설명이 안 되는 게 너무 많았어요. 그래서 ‘암흑물질’이라는 것을 가정했는데, 그중에 일부를 발견했어요. 어쨌든 물질 덩어리인 거예요. 그런데 또 그거 갖고도 설명이 안 되는 뭔가가 있는 거예요. 굉장히. 그래서 그걸 그냥 암흑에너지라고 이름 붙였고. 그런데 아직 아무도 실체를 몰라요. 얘가 갖는 특성은 알아요. 뭐든지 물질이 있으면 질량이 있으니까 끌어 잡아당기는 힘이 있는데, 관측을 해보니까 얘는 일종의 반중력처럼 밀어내는 힘. 그런 속성을 가진 뭔가가 있어야 된다는 거예요. 그런데 그게 뭔지 정체를 아직 모르는 거죠.

 

정체를 모르지만, 저는 암흑에너지가 우주를 그만큼이나 많이 구성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니까 제가 미미하게나마 이해하고 있던 우주를 처음부터 다시 공부해야 되나 막막했어요.

 

점점 막막해지죠. 제가 1학년 때 배우던 교과서 내용 중에 아주 기본적인 좌표 빼고는 지금 완전히 다른 얘기가 됐어요. 그때는 암흑에너지라는 단어조차도 없었고. 그렇게 막 바뀌는 거죠. 천문학 교과서는 너무 자주 바뀌어서 새로운 말들이 많아요.

 

그럼 미지의 존재가 충격이라기보다 항상 바뀔 가능성을 열어 놨기 때문에 또 그냥 연구해야 할 대상이 나왔구나 싶으셨던 거예요?

 

꼭 그렇지는 않아요. 1998년부터 공식적으로 천문학회에서 암흑에너지를 받아들이기 시작했거든요? 이전까지는 뭐 간헐적으로 암흑에너지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었고, 언노운(unknown) 에너지라고도 불렀어요. 여러 개로 불러서 그런 속성이 있는 ‘무엇’이라고 알았어요. 아, 그런 소리 하는 사람도 있구나, 이런 정도였어요. 그런데 그때 딱 발견이 되면서 거의 모든 천문학자들이 관심을 갖고 연구하기 시작한 거거든요. 바뀔 가능성을 항상 생각하지 하죠. 근데 그런 사건이 터지면, 재빠르게 옮겨 가는 건 잘하죠.

 

어떻게 그게 될까요?

 

과학자들은 항상 뭘 버릴 준비가 돼 있는 거예요. 지금 진리라고 믿는 이론이 있으면 그 이론에 충실해요. 충실하다가 이거에 잘 안 맞는 증거들이 나오잖아요? 그래서 확실한 증거가 나오면 이걸 그냥 버려요. 그래서 과학 철학 하시는 분들이 ‘개종’하는 거에 많이 비유해요. 과학자들은 항상 자기가 하는 것을 진리라고 믿지만, 언제든지 이게 깨질 수 있다는 걸 동시에 믿고 있어요. 그리고 항상 의심을 해요. 이것을 훨씬 월등히 대체하는 이론이나 관측도가 나오면, 이거는 그냥 쓰레기통에 버려 버리고 새로운 연구를 하는 거죠.

 

‘어둠이 아직’이라는 시가 생각나요. 책에도 쓰셨죠. "어둠을 두려워하거나 지레 어둠 찬가를 부르지는 말자. 사실 우리들의 일상에 영향을 주는 것은 우리 눈에 보이는 하찮은 것들일 테니까.”

 

조금 더 객관적일 성향이 있는 사람들이 과학을 하기도 하고, 그런 선택 효과도 있고, 또 과학을 하면서 훈련이 돼요. 자기가 아는 걸 항상 의심하는 자세. 눈에 뭐가 보이더라도 와, 정말 대단해, 이럴 수도 있지만, 이게 지금 우연히 잠깐 보이는 걸까, 계속 이게 나타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품게 돼요. 눈에 보이는 것들이 어떤 건 대단해 보이지만, 사실 그거는 그냥 거품일 수 있고, 하찮긴 한 거지만, 사실은 그게 어떤 것들의 증표일 수도 있고. 그런 면에서 생각하면, 하찮은 것을 좀 더 보게 돼요. 사람들이 막 몰려가는 것에는 에이, 그럴 리가, 하고. 우선 직관이 굉장히 중요하고요. 직관적으로 ‘아, 이럴 것 같아.’하고 그다음부터 ‘그럴까?’하고 생각해 보는 게 맞거든요. 근데 직관은 사실 하찮은 것에서 출발하는 경우가 많아요. 아인슈타인도 ‘내가 빛의 속도로 달리면, 세상은 어떻게 보일까?’ 이 궁금증이 고등학교 때부터 생긴 거예요. 근데 물리학이나 수학을 잘 모르니까 그걸 어떻게 풀 방법이 없지. 그걸 알기 위해서 공부를 계속 하거든요. 근데 그건 누구나 던질 수 있는 하찮은 질문이잖아요. 빛이랑 같이 달리면 옆이 어떻게 보일까, 이 의문에서 시작해 빛에 대해 탐구 하다가 상대성 이론이 나왔고. 사소한 단서에서 뒤에 더 많이 숨어있는 세상을 찾아내는 게 과학자들의 할 일이죠. 거창하게 포장을 해 놔도 에이, 아닐 거야, 하고 포장을 뜯고 비판적으로 보는 자세. 지레 어둠 찬가를 부르지 말자는 것에 그런 의미들이 담겨 있어요. 보는 것과 안 보는 것이 서로 반대되는 것 같지만, 사실은 같은 맥락이에요.

 

더 다가가기 위한 집요함.

 

그런 거죠. 때로는 강박적이고. 몰두하다 보면, 생각이 곧 단순해져요. 다른 생각은 다 가지 쳐내고 ‘왜 그럴까?’ 여기에만 몰두해요. 그러다 보면 사실 엉뚱한 행동도 하게 돼요. 뭐 1년 내내 집요하면, 사람이 생활을 못하니까. 그렇게 되는 거죠.

 

 

얼마나 다행인가

눈에 보이는 별들이 우주의

아주 작은 일부에 불과하다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암흑 물질이

별들을 온통 둘러싸고 있다는 것은

우리가 그 어둠을 뜯어보지 못했다는 것은

 

별은 어둠의 문을 여는 손잡이

별은 어둠의 망토에 달린 단추

별은 어둠의 거미줄에 맺힌 밤이슬

별은 어둠의 상자에 새겨진 문양

별은 어둠의 웅덩이에 떠 있는 이파리

별은 어둠의 노래를 들려주는 입술

 

별들이 반짝이는 동안에도

눈꺼풀이 깜박이는 동안에도

어둠의 지느러미는 우리 곁을 스쳐 가지만

우리는 어둠을 보지도 듣지도 만지지도 못하지

 

뜨거운 어둠은 빠르게

차가운 어둠은 느리게 흘러간다지만

우리는 어둠의 온도와 속도도 느낄 수 없지

 

알 수 없기에 두렵고 달콤한 어둠,

아, 얼마나 다행인가

어둠이 아직 어둠으로 남겨져 있다는 것은

 

― 나희덕, '어둠이 아직'

 

올해 초에 < 감자별2013QR3 >을 열심히 봤어요.

 

예전에 강연하는데, 김병욱 PD님이랑 다른 작가님 한 여섯 명이 오셨어요. 소행성이 지구에 잡혀서 오래 있을 가능성이 사실 희박하거든요? 그분들은 조금이라도 확신을 얻고 싶었던 거예요.

 

감자별 뒤에 붙은 숫자조차 치밀하게 계산된 것이더라고요.

 

그렇죠. 그것도 녹록하게 발견 안 될 걸로 해서.

 

노준혁(여진구)도 혜성처럼 노 씨 집안에 나타났죠. 알고 보니 준혁이도 이름이 원래 홍혜성이었어요. 책에서도 혜성을 쉽게 설명하셨는데, 감자별의 결말 때문인지 “태양 주위를 무사히 돌고 난 혜성 중 일부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 우주의 방랑자가 된다.”는 말이 유독 슬프게 들렸어요.

 

그런 것 같아요. 아까 경이로움과 허무함을 얘기했죠? 또 한가지, 유한함. 고정된 것이 아니라 뭔가가 계속 변해가니까. 결국, 이별에 대한 얘기잖아요. 그런 것들을 자연이 얘기해 주는 거니까 기본적으로 좀 슬프죠. 혜성도 자기 길을 가야 하니까.

 

홍혜성도 그렇고, < 별에서 온 그대 >의 도민준도 그렇고, 오늘날 대중매체에서 다루는 외계인은 ‘인간’과 다름없이 그려져요. E.T 같은 모습이 아니라.

 

외계인이 등장하는 프로그램이나 영화를 쭉 보면, 처음에는 파충류 모양으로 나오다가 색깔도 변해요. 푸른색에서 약간 회색으로. 외계인에 대한 생각이 바뀌는 과정이죠.

 

우리는 왜 외계 생명체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걸까요?

 

꼭 그렇지는 않아요. 확률이에요. 지구 같은 게 너무 많으니까. 지구랑 비슷한 행성이 전 우주 한 천억 개의 별 중에 수십 개밖에 안 된다면, 외계 생명체가 있을 확률도 별로 없는데, 최근에 관측한 결과를 보면, 지구와 같은 환경, 크기, 질량이 비슷한 행성이 500억 개 정도 추산돼요. 천억 개의 별 중 500억 개 정도.

 

그 행성에는 사람과 비슷한 생명체가 있겠다고 예상하는 것이죠?

 

외계인이 존재하지 않을 가능성이 훨씬 낮으니까. 없으면 이상하다고 또 생각이 바뀌겠죠. 1992년 무렵에 태양계 바깥 행성의 산화가 처음 발견됐어요. 1995년에 또 하나가 발견되고. 지금은 공식적으로 확인된 것만 해도 몇천 개 정도 돼요. 하늘을 요만큼만 관측해서 발견한 게 수천 개인데, 하늘 전체 넓이를 곱하면, 오억 개, 오백억 개 정도가 돼요. 물론 오차가 심하겠지만. 해봤는데, 너무 많으니까 이제는 자신감을 가질 만한 개연성이 높아졌어요. 없을 수도 있죠. 조건이 미미하게만 틀려도 생명이 발견되지 않을 수 있으니까요. 근데 일단 조건이 맞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희망적인 소식이에요. 오히려 없으면 또 굉장히 재미있는 질문이죠. 화성에 우리 같은 지적 생명체는 없지만, 원소가 조합된 것들, 생명체의 재료가 되는 것들, 박테리아나 미생물 이런 것을 찾으려고 노력해요. 2018년에 보내는 탐사선이 있는데, 걔가 땅을 파는 로봇을 데리고 가요. 땅을 파면, 땅속에 진흙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거기에는 미생물과 박테리아가 있을 거라고 지금 기대하고 있어요. 그걸 발견해서 지구 생명체 DNA와 비교하고. 그러면 얼마나 비슷한지 혹은 얼마나 다른지 알 수 있고. 그리고 화성이랑 비교해서 추론을 필 수도 있죠. 하나보다 몇 개가 발견되면, 믿을 거리가 더 생기는 거잖아요.

 

 

 

△ 《감자별 2013QR3》

 

 

1977년에 칼 세이건은 보이저 1호에 골든 레코드를 실어 보냈죠. 만약 뭔가를 보낸다면, 거기에 무엇을 담고 싶으세요?

 

이미지를 담는다면, 바깥에서 본 지구를 담고 싶어요. 골든 레코드에도 달에서 본 지구 사진이 있지만, 지금은 화성에서 찍은 지구 사진이나 보이저호 자신이 명왕성 궤도 근처로 가면서 찍은 지구 사진도 있거든요. 골든 레코드는 70년대의 지구를 대표하는 것들이니까.

 

외계인이 봤을 때 좀 더 관심을 가질만한 걸로요?

 

네. 우리가 밖에서도 우리를 들여다볼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보여주고 싶어요. 지구 자체에 대한 성찰도 좋지만, 우리가 지구를 벗어난 곳에서도 지구를 성찰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혹시라도 보이저호가 다른 외계인들에게 발견됐을 무렵에는 우리는 이미 멸종했을 것 같아요. 그렇다면, 우리 다음 세대라고 상상할 수 있는 지적생명체는 인공지능 OS나 사이보그 이런 걸 텐데, 그들에 대한 정보도 보강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해요.

 

지금이 아니라 다음을 생각하시는군요. 후손들이 이해할 우주에 대하여.

 

네, 그렇죠. 보이저호가 5억 년~6억 년 정도 버틸 수 있어요. 근데 그때까지 인류가 생존할지는 굉장히 의심스러워요. 지구 자체만 보더라도 한 3만 년 정도면, 빙하기가 와요. 그러면 적도 쪽으로 몰려가야 살아요. 거기서는 안락하게 살 수 있는 조건이 되거든요. 그러면 그쪽으로 이주하지 못한 문명은 멸종해요. 한고비를 어쨌든 3만 년 내로 맞게 되는데, 생각해보면 되게 회의감이 들어요. 보이저호 같은 데 남아있는 것들은 결국 우리의 단면이고, 유서 같은 거잖아요. 그럼 살아남은 우리의 후손들과 외계인의 조우가 있게 된다면, 그들에 대해서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비전들을 담아놓는 게 좋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는 거죠. 부질없을 수도 있어요.

 

무언가를 기필코 남기려고 했던 자세가 부끄러워지네요.

 

77년부터 삼십몇 년의 세월이 있지만, 거기에 인류의 모습 대부분을 아주 잘 담았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미래에 관한 부분은 좀 약했다고 생각해요.

 

어떤 물건에 담아 보내는 것이 가장 좋을까요?

 

당시에도 엄청나게 고민하다가 레코드 판으로 한 거예요. 가장 기초적이고 가장 오래갈 수 있는 걸로. 바늘은 전자기기가 없어도 되니까. 전자기기가 들어가면 배터리가 있어야 하고, 그것을 읽어내는 장치도 있어야 하고, 이러니까 이제 복잡해지는 거죠. 고민이 많이 되는데, 아직도 뾰족한 답은 없어요. 77년 당시에도 정말 고민에 고민을 더해서 내놓았는데, 아직도 유효한 거죠.

 

 

 

 

△ 보이저 탐사선에 실린 레코드 《Voyager Golden Record》 (사진 출처: ⓒ NASA)

 

 

별도 얘기하고, 외계인도 얘기했는데, 달 얘기를 못했네요. 선생님은 누군가에게 달 같은 사람인가요?

 

스타를 별에 빗대어 생각해 본 적이 있어요. 어떤 사람은 초신성이 폭발하는 것처럼 강렬하고, 어떤 사람들은 쌍성처럼 항상 둘이 붙어 다닌다거나. 그때 달이 생각났어요. 달처럼 항상 조력하는 뛰어난 조연들. 그래서 이 글도 쓰면서 그럼 나는 누구의 달일까, 그 생각 많이 했어요. 그리고 새삼스럽게 저한테는 달 같은 사람들이 꽤 많다는 것도 느꼈어요.

 

별보다 달 같은 사람이 되고 싶으세요?

 

그러기도 하고. 이건 취향의 문제인데요, 저는 어떤 것들이 모이기 시작할 때 생기는 권력을 되게 싫어했어요. 그래서 그런 걸 안 만들려고 되게 노력했어요. 이건 되게 극단적인 건데, 학교 다니면서 반장 안 하려고 막 빼잖아요? 그럼 그걸 겸손으로 알고 막 찍어줘요.

 

그래도 안 하셨나요?

 

그래도 안 한 적도 있어요. 반장으로서 마땅히 해야 되는 것들이 싫었어요. 제가 나서서 제 주위에 무언가가 형성되어 가는 것에 대한 강박감이 들어요.
 
인간 사회에 호기심이 별로 없는 편인가요?

 

관심이랑 태도가 생기게 되는 거죠. 이 순간을 행복하고 즐겁게 사람들이랑 나누면서 지내고 싶은 거예요. 소박한 소망인데, 주변에서 그걸 방해하는 것들이 생겨요. 학교 다닐 때는 혼자 그냥 결석해버린다거나 친구들 선동해서 소극적인 저항도 했는데, 커서는 정치적으로 사회적으로 경제적으로 여러 가지가 생기는 거예요. 기본적으로는 내가 즐겁고 유한한 삶을 살고 싶다는 욕망, 아주 이기적인 욕망이 있어요. 그런데 그렇게 하자면 주변에 있는 사람들과 잘 지내고 싶은 거예요. 그게 다 나를 위한 것이기도 하고. 나는 서로 별 적대감 없이 사회에 살고 싶은데, 그게 그렇지 못해요. 그렇다면, 이 사회의 모순을 바꾸는 데 내가 일조를 해야 그게 결국 내가 유한한 삶을 즐겁게 사는 방법인 거예요. 그래서 자꾸만 소외 받은 사람이나 소수자 쪽에 동감하는 눈길이 가요. 그걸 누군가 악착같이 막으려고 행동하면, 나는 그거에 반하는 행동 대열에 서게 되는 거죠. 그런 식으로 나에게 맞는 태도와 가치관이 형성되는 것 같아요.

 

 

살다 보면 달 같은 사람을 만날 때가 있다. 격렬한 어떤 사연을 공유한 사람. 그것이 인연이 되어서 사랑을 했던 그 사랑을 가슴속에 묻고 떠나갔던 여전히 그리운 사람. 끝없는 배려를 해주는 사람. 한 쪽 면만 보여주지만 그것이 나를 위한 동조 과정의 결과라는 것을 말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는 사람. 나 자신의 모습을 반사하듯 내게 보여주는 사람. 그러면서 늘 옆에 있는 사람. 하지만 멀리 떨어져서 지켜만 보는 사람. 보름달처럼 나를 상쾌하게 만들어주는 사람. 어둠 속에서 환한 그림자를 만들어서 나를 춤추게 하는 사람. (160쪽, '당신은 누구의 달입니까')

 

보이저 1호가 실패를 겪는 과정에 대해 쓰면서 선생님은 과학자의 투명성을 강조하셨죠. 근데 이 투명성이라는 게 정치와 언론에 투영했을 때 ‘억압’이 되고 ‘강요’로 바뀌어요. 이런 세상에서 과학자가 정말 할 수 있는 건 뭘까요?

 

지금 오히려 과학자의 역할이 대두된다고 생각해요. 과학자로 훈련받거나 과학적인 사고방식을 우리가 견지한다면, 마땅히 상식적인 결론을 내리게 될 텐데, 지금 그렇지 못한 것들이 너무 많아요. 그러니까 과학자 집단이 목소리를 좀 내야 돼요. 과학적 인식론이 세상에 퍼져야 상식을 회복하는 능력으로 사용될 수 있지 않을까요? 결국은 합리성 회복이거든요.

 

내가 속한 집단이나 오직 나 중심에서 주위를 바라보면, 오류가 생기는 경우도 많은데, 그렇다면 지구 중심에서 우주를 생각하는 건 맞는 걸까요?

 

그렇게 살아야 된다고 생각해요. 인간을 중심으로 두고 과학이 인간의 삶 속에서 어떻게 녹아있는가, 이걸 무시할 수 없어요. 그런 걸 자꾸 자각하고. 우주를 얘기할 때 지구 중심, 자기중심으로 생각하는 것이 마치 덜떨어진 것이라든가 모자란 것이라든가 계몽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과학자가 있다면, 그건 큰 오산이라고 생각해요. 굉장히 오만한 자세죠. 자기 자신도 하나의 인간인데. 당연히 우리는 지구 중심, 인간 중심으로 생각해야 하지만, 제가 조금 더 원하는 건 범위를 넓혔으면 좋겠다는 거예요. 나만 알다가도 내 가족을 알면, 자기 정체성의 범위가 넓어지잖아요. 공동체라든가. 그러면 내 이익만 생각했던 게 내 가족의 이익이 되고, 이게 마을이 되면, 마을의 이익이 되고. 그러다 보면 지구 전체의 이익이 돼요. 그런 식으로 인식의 범위를 넓힐 필요는 있죠. 넓힌다고 해서 인간 중심을 벗어나는 건 아니죠. 넓히면서 사람끼리 어떻게 잘 살까, 하는 문제로 귀결되잖아요. 결국 자기 얘기를 진솔하게 계속 하다 보면, 공감대가 넓어지는 거지. 자기를 드러내는 게 조금은 어색한 작업이잖아요. 근데 그런 걸 드러내면, 남들이 공감대로 들어오니까.

 

좀 어설프더라도.

 

네. 시간이 지나면 어설픈 것도 다시 다른 상태로 바뀔 수도 있는 거고.

 

 

이명현

과학저술가/천문학박사. 초등학생 때부터 아마추어 천문가 활동을 시작하여 네덜란드 흐로닝언 대학교에서 전파천문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세티코리아 조직위원회에서 전파망원경을 이용해 우주로부터 오는 인공 전파를 포착해 외계 지적생명체의 존재를 찾고 있으며, 우주와 외계생명체에 대한 강연과 교육을 통해 대중과 정보를 나누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역서로는 『문더스트』(2008- 공역), 『우주 생명 이야기』(2005), 『스페이스』(2002),  등 다수가 있다.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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