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죽지 않았는가》 - 삶의 가장 절박한 질문

 

최진영 | 《나는 왜 죽지 않았는가》 | 실천문학사 | 2013

 

죽어야겠다는 생각과 나는 왜 죽지 않았는가라는 생각이 같은 무게로 시소의 양 끝에 앉아있으며, 원도는 어느 쪽으로 몸을 기울일지 선택하지 못한 채 시소의 중간에 위태롭게 서있다. 죽어야겠다는 생각은 최근 것이고 왜 죽지 않았는가라는 생각은 오래전 것이지만, 최근 것이라고 해서 더 가볍지도, 오래된 것이라고 더 묵직하지도 않다. (41쪽)

 

“검은 봉지에 담겨 으슥한 곳에 버려진 불법 쓰레기 같은 원도.”이것은 원도의 기억이다. 죽지 않고 살기 위해, 지난 삶을 샅샅이 뒤져 “인생의 뒤틀려버린 단 한 순간”의 장면을 복원하려는 의식의 몸부림이다. 온갖 실패가 켜켜이 쌓여, 병든 도망자의 신세로 전락한, 고독한 생(生)의 절박한 되새김질이다. 그 안에, 원도의 눈앞에서 물을 먹고 죽은 아버지가 있다. 죽기 전에 그가 남긴 “만족스럽다”라는 말이 있다. 산 아버지가 있고, 너를 이해한다, 원하는 대로 살아도 좋다, 그러나 네 선택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그의 말이 있다. 원도의 앞에선 늘 눈물을 보이고, 집이 아닌 다른 곳에서 원도가 아닌 다른 아이들을 돌보던 어머니가 있다. 그 어머니가 원도 대신 정성으로 돌보던 장민석이란 남자가 있다.

 

확연한 기시감 속에서도 거부할 수 없었던 맹목적인 실패들, 기억도 학습도 젬병인 원도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억하는 것이라면, 그것은 치명적인 것이다. 기억할 수밖에 없는 것. 잊으려야 잊을 수 없는 것. 원도를 꿰뚫어버린 것. 메워지지 않는 구멍을 내버린 그런 것. (…) 메워지지 않고 계속 썩어 들어가 더 깊은 구멍을 만들어버리는 것은 그러므로, 상처라기보다 통로다. 상처는 몸의 일부지만 통로는 몸을 뚫고 지나가는, 몸의 바깥이다. 나와 닿아있지만 오직 나만의 것은 아닌 것. 내 의지로는 어쩔 수 없는 것. 나를 뚫고 지나가기에 나를 소외시키는, 나는 절대 볼 수 없는 비밀을 간직한 길. (64쪽)

 

이것은 메워지지 않는 구멍을 쫓는 이야기다. 그와 닿았던 타인, 그의 의지로는 어쩔 수 없었던 그들의 흔적을 되짚는 일이다. 알 수 없었으므로 모르는 그대로, 그를 뚫고 지나가며 상처를 내고 방향을 바꿔놓은 그들을 불러들이는 기억이다. 오해와 몰이해에 분노하며 자기만의 이해로 또 다른 오해를 구축해온 고립된 내면의 설명이다. 변명이다. 당신은 그런 그를 보고 “검은 봉지를 채운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피해갈지 모른다. 알게 된 후에는 “차라리 죽는 게 낫지 않나?”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왜 죽지 않았는가” 그것을 끝내 원도에게 묻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것을 묻는 당신은 누구인가.”라고 묻는 원도를 만나기 전까지.

 

덮지 말고 끝까지 보라. 이것은 숱한 구멍 중 가장 광활한 구멍, 당신에 대한 기억이다. (168쪽)

 

퍼즐을 맞춘 후, 전체 그림을 보기도 전에 다시 판을 뒤엎고, 새로운 그림을 맞춰갈 수 있다. 조각은 많다. 그것들 모두, 반드시 필요한 조각이다. 모든 순간이 결정적이다. 살아야 할 이유라면 무수히 많다. 살아내는 일 분 일 초, 모든 행위와 생각이 결국 다 사는 이유다. 어떤 것은 이유고 어떤 것은 이유가 아닐 수 없다. 인간은, 그런 식으로, 드문드문 살 수 없다. (240쪽)

 

- 컨텐츠팀 에디터 현선 (anejsgkrp@bandinlun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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