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욕망의 리스트》 - 우리를 살게 하는 어떤 욕망들

 

그레구아르 들라쿠르 | 《내 욕망의 리스트》 | 레드박스 | 2012

 

한 달 혹은 하루는 종종 해야 할 일의 리스트를 정리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정해진 시간까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기록하는 일은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 좋다. 그러다 어느 땐가는 소망 리스트를 작성하기도 하는데, 한 달, 일 년, 혹은 더 긴 시간을 두고 갖고 싶은 것들을 기록하는 것이다. 당장이라도 가질 수 있는 물건부터 오랜 시간이 지나도 갖기 어려운 물건들까지 다양하다. 누구나 한 번쯤 이런 리스트를 작성해 보았을 것이다. 만약에, 모든 걸 충족시킬 수 있는 그 순간이 온다면 바라던 만큼 행복할까. 우선 당장은 그런 시간을 상상하는 일만으로 즐겁기 때문에 누군가는 매주 복권을 사고, 주식을 사고, 펀드에 가입하는 것인지 모른다.

 

단 한 명에게 주어지는 행운에 내 자신이 당첨될 확률이 지극히 낮다는 걸 모르지 않는다. 그럼에도 꿈을 꾸는 일을 포기하지 않는 건 그것이 힘든 일상을 위로하는 작은 방법이자 즐거움이기 때문이다. 수예점과 바느질과 일상에 대한 블로그를 운영하는 평범한 47살의 주부 조슬린에게 그 270억의 당첨이란 행운이 찾아온 건 정말 우연이었다. 어떤 기대도 품지 않았기에, 어떤 욕망도 없었기에 당혹스러웠고 두려웠을 것이다. 모두에게 행운처럼 여겨지는 그 일이 막상 당사자에게 불행일 수도 있다는 걸 짐작할 수 있을까. 내게 닥친 일이 아니기에 우리는 그 혼란함을 알 수 없다.

 

세 째 아이의 유산으로 인해 관계가 어긋난 걸 인정하지만 여전히 성실한 남편, 대화가 줄어들었지만 모든 걸 내어주고 싶은 아들과 딸, 치매로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친정아버지, 마음을 나누는 친구들, 운영하는 블로그에 찾아주는 사람들에게 선뜻 그 사실을 알리지 못한 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조슬린은 꿈꾸던 삶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남편과 아이들이 원하는 모든 것을 사줄 수 있고 아버지의 남은 여생을 돌봐줄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녀 자신은 어떤 결정도 내리지 못한다. 그저 욕망의 리스트만 작성하고 있을 뿐이다.

 

기대하지 않았던 행운은 불행을 몰고 오기도 한다. 남편이 수표를 훔쳐 자신을 떠날 수도 있다는 경우의 수는 그녀의 예상에 없었다. 남편 조에게 사실을 알리기 전, 수많은 생각들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을 뿐이다. 모두가 행복한 방법을 찾고 싶었던 것이다. 거짓말로 조슬린을 속인 조 역시 그녀가 자신을 속였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원했던 것들을 모두 사들이고 넓고 좋은 곳에 머물렀지만 조는 결코 행복하지 않았다. 그의 삶은 점점 피폐해질 뿐이다. 조가 용서를 빌었지만 너무 늦었다. 그녀는 자신이 원했던 삶에 대해 돌아보기 시작한다. 꿈꿨던 사랑과 결혼이 있었지만 현실에서는 이뤄지지 않았다. 우리의 인생 역시 그렇다. 때문에 우리는 어떤 욕망을 꿈꾼다. 그러나 무작정 욕망만을 쫓는 건 불행하다. 이미 그것을 알고 있었던 조슬린은 우리에게 말한다.

 

“우리가 필요한 것은 일상의 작은 꿈들이니까. 그건 내일이나 모레, 혹은 미래를 위해 계획하는 작은 것들이다. 다음 주에 사게 될 아무것도 아닌 이 작은 것들, 그리고 우리가 다음 주에도 여전히 살아 있을 거라고 생각하게 해주는 것들. 우리를 계속해서 살아가게 만드는 것은 욕실용 미끄럼 방지 매트나 이단 냄비 혹은 저축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사 모은 것들을 늘어놓는다. 우리는 또 갈 곳을 계획하고 때로 비교한다. 칼로 다리미와 로웬타 다리미를. 서서히 옷장을 채우고 서랍을 하나 둘 채워나간다. 우리는 집 안을 채우면서 인생을 보낸다. 집이 가득 차면 이제 새로운 물건들을 갖기 위해 헌 물건들을 망가뜨린다. 심지어는 다른 인생 스토리나 다른 미래, 다른 집을 갖기 위해 부부관계를 깨뜨리기도 한다. 채워야 할 다른 삶을 위해.” (129-130쪽)

 

포근하고 사랑스러운 책이다. 누구에게나 일어나지는 않지만, 그래도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흥미롭고 독특한 소재를 차분하게 풀어낸다. 담담하게 여성의 내면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탁월한 능력을 가진 작가다. 조슬린이 겪는 아픔과 슬픔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위로하며 이 과정을 고스란히 독자에게 전달한다. 남자인 작가가 어떻게 이런 세심함을 가졌을까 놀랍다. 반복된 일상, 지친 관계로 인해 때로 절망하고 울적한 당신과 나의 삶을 위해, 작성하는 욕망의 리스트에 이 책이 있기를 바란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자목련'님은?
그저 폭넓은 책읽기를 꿈꾸며 책과의 진정한 소통을 원하는 사람이며, 그것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는 글쓰기를 꿈꾸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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