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의 북카트] 7월 25일 희진의 북카트

‘품절’이나 ‘절판’이라는 단어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드세요? 저는 딱히 살 마음이 없었다가도 무진장 가지고 싶어집니다. 그때부터 사이버 수사를 시작하죠. 반디뿐만 아니라 A사, Y사, K사 등 온갖 인터넷서점을 다 뒤지고요. 중고서적 직거래도 빼 놓지 않습니다. 그래도 못 찾으면 헌책방 탐문 수사도 불사합니다. 그런 과정을 몇 번 반복하고 나면 급기야 예지안이 발달합니다. 내가 탐내는 책은 꼭 남도 탐내기 마련이거든요. 곧 품절되겠구나. 문의하나 마나 절판이겠어. 불길한 예감에 사로잡히면 재고가 넉넉한 책도 비상식량을 구입하듯 사들입니다. 그리하여 모든 책에 집적거리는 무한 루프! 오늘은 마침 월급일입니다. 두 권의 생태학 서적이 눈에 띄고 말았습니다. 자연덕후를 자처하는 저로서는 그냥 지나칠 수가 없네요.

 

 

마리아 지빌라 메리안 | 《곤충책》 | 양문 | 2004

 

18세기에 발표된 《수리남 곤충의 변태》를 재편집한 책입니다. 독일 태생의 마리아 지빌라 메리안은 유명한 동판화가를 아버지로 두었으나 집안 덕을 보지 못했다고 합니다. 후처의 자식이었고, 무엇보다 딸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문에 대한 관심을 접지 않았던 그녀는 쉰이 넘은 나이에 수리남(현 수리남 공화국으로 남미에 위치한 국가)에 발을 디뎠습니다. 식물과 곤충의 변태 과정 관찰을 통해 애벌레·구더기는 오물에서 생겨난 악마의 소산이라는 당시 인식을 반박하기 위해서였죠. 과학이 남성의 영역이었던 그 시대에 쉽지 않은 길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이제 그녀는 곤충의 변태를 발견한 최초의 생태학자이자 독일을 대표하는 인물입니다. 어머, 근데 재고가 한 권뿐이네? 누가 볼 세라 얼른 제가 먼저 ‘북카트’를 꾹 누릅니다.

 

 

차윤정·전승훈 | 《신갈나무 투쟁기》 | 지성사 | 2009

 

1999년에 출간되었던 《신갈나무 투쟁기》의 개정판입니다. 자연과학서의 전문적인 틀을 탈피하고 식물의 의인화를 시도한 책입니다. 그런데 신갈나무라니, 생소하죠. 저도 처음 듣는 나무 이름인데요. 신갈나무뿐만 아니라 식물 전반을 아우르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합니다. 게다가 부부인 두 학자가 산을 타며 직접 찍은 사진도 양껏 실었다고 하니(저는 사진 자료에 약하다고요!) 더는 궁금해서 못 배기겠습니다. 자세한 설명은 생략합니다. 이 책은 아마 분명 다시 거론하게 될 것 같거든요. 자, 이제 그들의 숲으로 떠나 보겠습니다.

 

- 컨텐츠팀 에디터 희진 (hebong2000@bandinlun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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