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뭐 읽니?] 박찬일, 《추억의 절반은 맛이다》

 

박찬일 | 《추억의 절반은 맛이다》 | 푸른숲 | 2012

 

소문을 듣자 하니 ‘마스터셰프 코리아’가 1대 우승자를 배출했다지요. 이 프로그램이 꽤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종영한 데는 서바이벌이라는 형식도 한몫 했겠지만, 무엇보다 음식을 다룬다는 점에서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고 봅니다. 시선뿐이겠어요? 음식은 오감을 자극합니다. 칼질하는 소리, 무언가를 굽는 냄새, 그릇에 담긴 모양새, 혀에 와 닿는 맛, 손끝에 느껴지는 감촉을 우리는 잊지 못합니다. 이 몸의 기억을 온전히 설명하기란 어려운 일입니다. 그래서 누군가가 어떤 음식에 대해 “맛이 어땠어?”라고 물어온다면 “맛있어!”라거나 “엄청 맛있어!”라고 말하는 데서 그칠 뿐이죠. 느낌까지 맛깔스럽게 전한다면 그 음식에 빚진 바를 갚을 수 있을 텐데요. 박찬일처럼요.

 

신맛은 혼자서 맛의 캐릭터를 드러내지 않는다. 순수한 신맛은 매우 고통스러운 화학적 돌출이다. 신맛은 단맛이나 짠맛과 어울려 놀라운 맛의 두께를 마련해낸다. 생각만 해도 혀 끝에 침이 고이는 묵은 김치나 냉면의 시원한 동치미 육수도 딱 그런 맛이다. 신맛의 예각적 맛을 짠맛이 든든히 잡아준다. (8쪽)

 

지금 누군가 내게 병어의 맛을 물어보면 ‘솜사탕 맛’이라고 대답하겠다. 정말 병어는 달다. 병어 살은 입에 넣으면 그대로 녹는다. 그렇게 살이 부드러워 거친 바닷속에서 어떻게 풍파를 이기는지 모르겠다. 게다가 병어는 두툼한 비늘도 없다. 그렇게 여려서 침침한 바다의 어둠을 어찌 견디는지……. (19쪽)

 

점심시간이 조금 지난, 오후 한두 시가 좋겠다. 외근 나온 영업사원이나 환경미화원이나 막노동자 같은, 혼자서 식사를 해야 하는 사람들이 그 시간에 중국집에 깃든다. 건강한 육체 노동자들의 왕성한 식사 현장을 훔쳐보는 것이다. 대개 그들은 곱빼기를 시킨다. 속으로 조용히 읽어보시라. 곱빼기. 이 말에 복 있으라. 짜장면을 양껏 말아 올려, 입가에 소스를 묻히며 후루룩 소리도 요란하게 한 다발의 짜장면을 넘기는 장면……. 나는 거기서 생명의 힘을 느낀다. (29쪽)

 

신맛을 가리켜 예각적 맛이라니! 절묘하지 않나요? 박찬일의 ‘글빨’은 웬만한 음식 못지않습니다. 집안의 모든 음식을 독차지했던 귀한 아들에, 기자 출신에, 현재 이탈리아 요리 셰프이기까지 하니, 글에서 그 모든 시간을 버무린 맛이 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겠죠. 책장에 남은 음식들이 아직 많습니다. 다음 이야기에 대한 기대로 설레는 한편, 점점 배가 고파 옵니다. 아, 책 읽기에 앞서, 박찬일이 사랑한다는 마력의 문장을 빌릴 때가 된 것 같습니다.

 

“다 먹자고 하는 일인데, 먹고 합시다!” (11쪽)

 

- 컨텐츠팀 에디터 희진 (hebong2000@bandinlun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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